Роман Ким – корейский ниндзя советской истории. Vol.2

로만 김, 소련 ‘첩보 추리소설’장르의 창시자. 제2부

2017년 5월 22일 알렉산드르 쿨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한국인들은 소비에트 추리 소설 장르의 산파역을 해냈으며, 오늘날까지 그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자신의 동포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1937년 조사 받을 당시 로만 김은 모험을 좋아해서 비밀요원이 됐다고 말했지만, 젊은 시절 그는 첩보원과 작가 두 직업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실제로 1945년 전까지는 첩보 활동을 선택했지만 석방된 뒤 로만 김은 추리소설 전문 작가로서의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갔다. 그때까지 로만 김은 이미 서적 몇 권을 출판했다. 그는 1924년 처음으로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몇 편을 러시아어로 옮기면서 번역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27년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소련 작가 보리스 필냑와 로만 김의 공동 활동이 결실을 맺었다. 일본 태양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필냑는 일본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전했다. 로만 김은 필냑의 인상에 방대하고 자세한 주석을 달았다. 이 주석은 분량과 예술적 가치, 형식 면에서 별도의 책과 다름 없었다. 주석집에 ‘사족(蛇足)’이라는 자체 제목이 달려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뱀의 다리라는 뜻의 ‘사족’은 ‘필요하지 않은 것, 요구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하지만 사실 필냑의 ‘뱀(사)’은 로만 김의 ‘다리(족)’가 필요했다. 더욱이 그의 주석에는 최소 두 가지 흥미로운 세부 정보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세부 정보: 로만 김은 일본 중세기에 등장한 첩보원과 암살자를 뜻하는 닌자 현상에 관해 러시아어로 처음 이야기했다. 게다가 1926년 이 책을 쓸 당시에 ‘닌자’라는 단어가 러시아에서는 생소한 말이었다. 그래서 로만 김은 닌자 대신 일본에서 수세기에 걸쳐 불려 왔던 대로 ‘시노비(синоби)’라고 불렀다. 그는 시노비가 일본에서 특별하게 숭배되는 첩보간첩 활동의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나중에 할리우드에서 발명된 검은색 정장 차림의 첩보원들은 전혀 없었다. 로만 김은 독자들이 그가 뭔가를 알고 있고 어쩌면 시노비 가운데 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믿고 이해할 정도로 실감나게 글을 썼다.

두 번째 세보 정보: ‘사족’은 저자가 한국 출신임을 두 번에 걸쳐 드러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객관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도 이웃 섬나라 정복자들에 관해 말할 때 완벽하게 객관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면서, 또 서문 마지막 줄 아래에 ‘한국 디아스포라 16년 12월 1일 모스크바’라고 작품을 끝낸 날짜를 적어 넣는 등 자신의 태생을 숨기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일본학 전공 교수이자 통합국가정치국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로만 김은 1926년에 조상의 나라가 식민지가 된 해를 기준으로 햇수를 계산하는 달력에 따라 살고 있었다. 2차 대전 이전에 쓴 작품들에서 로만 김은 한국이란 주제를 여러 차례 다뤘다. 1920년 4월 4-5일 일본의 대대적 공격으로 발생한 연해주 신한촌(新韓村)참변에 관해 놀라울 정도로 신빙성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 ‘최후통첩의 비밀’은 조선인 포로 살육을 둘러싼 잔인하고 무자비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 살육 자체는 묘사되어 있지 않고 일본인 첩보원의 시점에서 회상되고 있지만, 바로 살육의 구체적 내용에 침묵함으로써 오히려 플롯이 절정에 이르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납작한 바위 위에 한국인들이 서로 묶인 채 앉아 있었다. 날씨가 쌀쌀했다. 우리는 강둑 바지선 옆에 모닥불을 지피고 사케 병을 비우며 안주로 소금에 절인 소고기 통조림을 먹고 담배를 한 모금씩 피우고 나서 시작했다.”

이보다 조금 더 일찍 나온 이야기 ‘검은 강’에서는 일본으로 끌려가 침략자들에게 봉사해야 했던 불행한 조선의 위안부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웃 두 집 맞은편의 세 집’은 현대 일본 문학을 다룬 주목할 만한 책이지만, 피의 부름에 충실했던 로만 김은 여기서도 1923년 9월 1일 관동 대지진 이후 자행된 끔찍한 재일 조선인 학살 사건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만 김의 민족 정체성 인식에서 분수령이 된 글은 전쟁 후 1951년에 쓴 그의 첫 번째 소설 ‘순천에서 발견된 노트’였다. 한국전쟁 사건들을 다룬 이 소설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외국 침략자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기존 입장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실 한국에 관한 작품이 아니다. 심지어 주요 행위가 모두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지만, 일본에 관한 작품도 아니다. 모험적 줄거리와 추리소설의 요소가 로만 김의 산문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내용이었다. 이 소설은 실제에 아주 가까웠다. ‘순천에서 발견된 노트’가 즉각 일본어로 번역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소설 텍스트 가운데 1/4가량이 ‘할복한 막료들은 살아 있다’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사건들도 동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일본인들은 이 작품을 사실을 취재한 기자의 보도로 읽었지만, 저자에게 이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로만 김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여 진정한 작가가 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공산주의 이념 틀 안에 머물렀다.

1954년에는 로만 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히로시마에서 온 처녀’가 나왔다. 공산주의 이념에 매몰돼 있는 이 소설은 오늘날 완전히 잊혀져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작가에게 영예와 최초의 외국 출장을 선물로 안겨 주었다. 1956년 중국 여행 결과로 나온 ‘특수요원’은 매우 복잡한 추리소설로, 여기서는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 대표들이 마지막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 다음에 나온 소설 ‘베개 밑의 코브라’에서는 소련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장르상 이미 할리우드 스파이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여기에는 작가의 실제 전기에서 따온 일화들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베개 밑의 코브라’가 출간된 뒤 로만 김은 소련 추리소설 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소련 작가동맹의 모험/환상문학 분과를 이끌었다. 마침 이때 할리우드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새로운 슈퍼영웅으로 등장했는데 로만 김은 본드에 필적하는 훌륭한 소련 영웅을 창조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작가는 세계를 많이 여행하며 추리소설 문학에 관해 강연했고 여러 나라 동료들과 서신을 주고 받았다. 물론, 신작 작업도 계속했다. 1960년대 초에는 소설 ‘누가 푼나칸을 훔쳤나?’와 ‘읽고 불태워라’가 나왔다. ‘읽고 불태워라’는 진주만 습격 직전 미국과 일본 특수정보기관의 대치를 다룬 최고의 세계 추리문학 작품 가운데 하나다. 로만 김 특유의 섬세한 유머로 쓰여진 이 소설은 교묘하게 잘 짜여진 줄거리와 정교하게 구축된 캐릭터 등으로 인해 오늘날에도 읽기에 적절하다. 로만 김의 작품 발행 부수가 총 100만 권을 넘어선 가운데 ‘읽고 불태워라’가 현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재출판되는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65년 로만 김은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 현대의 닌자에 관한 작품인 ‘유령학교’를 썼다. 그는 마침내 만족할 수 있었다. 로만 김은 히틀러의 독일군 공수부대원들을 가리켜 ‘나치 닌자’로 칭하며, 애착을 보여온 주제로 돌아왔다. 하지만 ‘유령학교’에 걸었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으니, 작품에서의 디테일 묘사가 너무 자세해 읽기가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로만 김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갔다. 젊은 신예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소련 닌자로 자신의 추리소설 주인공들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운명의 소유자였던 로만 김이 떠난 자리는 대담한 판타지를 펼친 다른 젊은 작가들이 대신했다. 그들은 가볍고 재미 있는 글을 썼고 음모 이야기를 접근하기 쉽게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역사를 단순화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는 율리안 세묘노프였다. 그는 로만 김의 도움으로 마침내 ‘소련판 제임스 본드’인 지식인 첩보원 막스 폰 시티를리츠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그러나 로만 김은 자신의 구상이 성공한 것을 보지 못했다.

한국의 애국자, 소련의 방첩 요원이자 작가 로만 김은 1967년 5월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났다. 신비스런 스파이였던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심지어 사망 이유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남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2016년에는 로만 김의 전기가 유명한 도서 시리즈 ‘위인들의 삶’을 통해 출판됐다. 125년 역사의 이 시리즈에서 로만 김의 전기는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였다. 하지만 이 전기에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출처: Russia포커스 – https://russiafocus.co.kr/opinion/2017/05/22/roman-gim-soryeon-ceobbo-curisoseoljangreuyi-cangsija_767366